바람난 캐리어.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
전 이제 하도 올라와서 '저 서울왔어요~♡'라고 하면 '뭐야. 또 왔어?'라는 차가운 반응이 일색이지만
그래도 서울오면 굶어죽지 않을 수 있기에 그야말로 '먹고살기' 위해서 또 상경했습니다.
나름 얼마전까지만해도 가뭄에 콩나듯 서류들이 합격해줘서 적성검사며 필기며 쭉쭉- 치러 올라왔는데
이제 그마저도 사라지고 올라올 이유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누가 저 좀 취직시켜주세요!!!!(........아. 요샌 정말 입만열면 궁상인듯. 흑)

그나저나 제가 서울에 올라갈때마다 지인들이 항상 묻는 게 있어요.
"이번에는 시트콤 안찍고 잘 올라왔냐?"
.
.
어라? 뭔가 ;ㅂ; 데자뷰같아!! 마치 과거에 이런 적이 있는 것만 같아!!


아니나 다를까-_-;; 2008년 4월 8일. '시트콤인생의 절정. 험난한 서울상경기.'라는 제목으로
제가 지금 하고싶었던 이야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네요. ;ㅂ;
제가 서울에 올라갈때마다 지인들이 항상 묻는 게 있어요.
"이번에는 시트콤 안찍고 잘 올라왔냐?"

이렇게 물어볼 수 밖에 없는게-_ㅜ 이제까지 서울갈때마다 크든작든 뭔가 한가지씩은 저지르고 왔거든요.
서울 가자마자 신발굽이 부러져서 양재역 주위을 30분 넘게 굽하나 없는 짝짝이 신발을 들고 구두가게를 찾아 배회하다가 결국 다이소가서 본드로 붙여신은 적도 있구요;
매번 서울 올라오기 직전에 일이 생겨서 열차출발시각 1~2분전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는 바람에
KTX를 놓쳐서 자유석에서 궁상을 떨기도 했고,
지하철 반대로 타기나 정거장 지나치기는 뭐; 애교죠. 후후(라고 말하고 이지랄. ㅜ_ㅜ)

이렇게 ;ㅂ;


저 목록에 눈물 없이는(...물론 남들은 웃지만. 흑.) 볼 수 없었던 '짝짝이 구두 사건'까지 추가되어
제 서울상경은 그야말로 사투의 연속.
이번만큼은 정말 정상적으로 올라가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는 캐리어에 짐 차곡차곡 잘 싸고 여유있게 버스 예매하고
차 시간 30분전에 나와서 여유있게 터미널 도착해선 차에 캐리어 잘 실어놓고
생수 한 병 사들고 한 숨 돌린 뒤 여유있게 버스를 탔어요.

'좋아! 이번엔 정말 완벽해!! 짝짝짝.'
만족해하며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도착한 '동서울' 버스터미널.
원래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을 자주 이용했었는데 거긴 너무 막히더란 말이죠-_-; 정말 깔끔하게 3시간 40분만에 서울에 슈슝 오는 동서울 터미널은 제게 완소 터미널이 되었습니다. 허허-
이젠 보기만 해도 반가운 동서울 터미널.
....................차에서 내려서 캐리어를 확인하는 순간까지 정말 행복했었어요.
그런데.

내 캐리어가....없어. OTUL.


차 뒷자리에 앉아있었던터라 사람들 얼추 내리면 나가자 싶어서 거의 마지막에 내려서는
짐칸을 봤는데 제 캐리어가 없는거예요!!!

"어? 아저씨. 제 짐이 없어졌는데요?"
"그럴리가요. 잘 찾아보세요."

얘가 워낙 어두컴컴한 캐리어인지라 구석에 쳐박혀서 안보이는 걸꺼야. 라고 생각하곤 다시 찾아보고 또 찾아봐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캐리어.
이미 사람들이 짐을 다 찾아가서 그야말로 버스 짐칸은 텅텅- 빈 상태.

"아저씨. 보세요. 이제 짐이 하나도 없잖아요."
"아니. 넣어놓은 짐이 왜 없어져요. 혹시 안 실은건 아니예요?"
"설마 제가 짐 안넣어놓고 넣었다고 우기겠어요?? ㅜ_ㅜ 혹시 앞에 사람들이 짐 가져갈 때 캐리어 가져가는 거 못보셨어요?"
"캐리어가 3~4개 있긴 했는데 다 자기 짐이라고 들고갔죠."


왜! 하필이면! 제일 늦게 내려서! 누가 짐 들고가는지도 확인 못했지! 후회가 막급이었지만 아무리 빨리해도 후회는 늦은 법.

사람들이 전원 버튼 캐리어라고 놀려도 꿋꿋하게 예뻐했던 내 캐리어!
안에 서울에 있을 동안 입을 옷이랑 건강 챙길꺼라고 바리바리 싸온 내 한약이랑 이것저것 내 소중한 짐들!!! 어떡해!!!
그 사이 버스기사 아저씨는 어디론가 전화해서 그쪽 책임자까지 불러왔으나 사라진 짐을 어디서 찾나요.
이건 '확실히 짐을 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라 여기서도 어떻게 해줄 수 없다네요.
제 마음은 딱 이런 상태.(반실성상태)


혹시나 제가 휴게소 들렀다가 다른 차로 바꿔탔나 싶어서 표도 몇번이고 확인해보고 했지만 분명 맞게 탔는데!
그 와중에 아저씨의 말이 귀에 쏘옥.
"3시 20분에 도착해서 짐칸 열었을 때 확실히 짐 넣은 건 맞아요?"
"그럼요! 제가 제일 먼저 넣었는걸요!"

라고 대답하는 순간 왠지 불안(...)
설...설마...했는데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지난 기억들.
'난 3시 15분에 도착해서 오자마자 짐을 실었는데?' '분명 차에 짐을 실었을때는 흰차였는데 이 차는 빨간차야.' '동양고속으로 봤는데 왜 이건 한일고속이지?'

네. 제가 바보였어요. 사건의 전말은 이러합니다.
3:15분 터미널 도착
3:17분 예매한 열차표 찾음
3:18분 3시 20분 출발인 '서울'행 동양고속버스 짐칸이 열려있는 걸 보자 캐리어 넣음.
3:20분 매점에 생수 사러 감. 그사이 '서울'행 버스는 출발하고 바로 옆에 '동서울'행 한일고속버스 도착.
3:25분 '동서울'행 버스에 무사히 탑승.

.................그렇습니다. 생수 사러간 사이 버스가 바뀐거죠. '서울'과 '동서울'이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그 사이 차가 바뀌었다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OTUL.

제 실수를 깨닫자마자 슬금슬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포기했다는 듯이 도망치듯 터미널에서 빠져나왔어요.
괜시리 저한테 시달린 버스기사 아저씨께는 이 자리를 빌어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7시 10분에 도착해서 7시 반에 누굴 만날 약속까지 다 했는데 다 파토내가며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로 고고싱.
수소문끝에 '동양고속 분실물 센터'에 얌전히 있는 제 캐리어를 드디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센터 아저씨. 어떻게 자기 짐을 놓고 갈 수가 있냐고 하시는데 그저 웃을 수 밖에요.(...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ㅜ_ㅜ)
옆에 아저씨가 덧붙이시길 "그래도 짐은 다행이지. 애도 놓고 내리는 사람도 있어요."......아하하; 이거 위로 맞으시죠?

터덜터덜 캐리어를 끌고 오는데 왜그렇게 짐은 무거운지.
그리고 그 상황이 얼마나 눈물나면서도 웃기기만 한지.
어쩜 주인은 동서울로, 캐리어는 서울로 따로 실어올 수 있는지.
이제 정말로 '서울상경'에 관한 한 더이상 찍을 시트콤거리는 없을꺼야라고 생각했는데 어쩜 이런 일을 다 겪을 수 있는지.

흑.
전 여전히 이렇게 시트콤처럼 살고 있습니다.

아; 매번 이렇게 전국에 바보라고 광고하는 글만 올려서야 취직하겠나 ;ㅂ;
그렇지만 평소에도 이렇게 바보같진 않아요 ;ㅂ; 일은 잘해요. (급굽신모드)

그저 여러분께 웃음을 드리고 싶을 뿐..아잉~

.
.
.

by 비류연 | 2008/10/30 21:05 | ┃ⓡ시트콤같은내인생 | 트랙백(3)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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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jhmui's me2DAY at 2008/10/30 21:11

제목 : 비류연의 생각
이번 서울 상경시 겪었던 '바람난 캐리어' 사건의 전말. - 후. 언제쯤이면 시트콤 안찍고 서울 올라올까. OTUL...more

Tracked from next's me2DAY at 2008/12/10 20:57

제목 : NeXT의 생각
이번에는 별일이 없으셨겠지? - 아무렴, 한번도 아닌데…...more

Tracked from blogring.org at 2008/12/17 09:04

제목 : 동서울터미널-으로 이어질 블로그링
동서울터미널-에 관한블로그를 요약한 것입니다....more

Commented by 무적전설 at 2008/10/30 21:18
쿠쿠쿠...
이번주 나 대구감 --;
Commented by 학주니 at 2008/10/30 22:06
이번에도 여실히 시트콤을 찍으셨군요 ^^
Commented by 샤이 at 2008/10/30 22:25
여전하셔요 정말로 ㅋㅋㅋ;
계시는 동안은 무사하시길 -0-ㅋㅋ
Commented by 작은인장 at 2008/10/31 00:00
에구에구... 홧팅이에욤...
Commented by -A2- at 2008/10/31 00:18
앗! ㅋㅋ
그래도 비류연의 트레이드 마크 전원 버튼 캐리어 찾아서 천만다행~! ^^
Commented by TokaNG at 2008/10/31 00:59
연군..ㅜㅡ
살신성인하여 이렇게 웃음을 선사하시다니.. 진정한 성인의 모습이오..;ㅂ;
그나저나 이제 제법 쌀쌀하다못해 춥기까지 한데 감기 조심하세요~~
Commented by 제천대성 at 2008/10/31 01:25
이러면 안되지만.. 어디선가 ㅋㅋㅋ 웃음이 절로 나는걸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
나름 미투 이웃인데.. 이러면 안되는데..
그나저나 서울을 이렇게 자주 오시는데.. 저도 언제가 함 모임에 참여해서 직접 뵈는 영광이 있었으면 하네요.. +.+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8/10/31 07:36
아니 그래서 짐은 찾으셨나요?
Commented by 크크 at 2008/10/31 08:50
여자분이 맞으신가요? 이런 글감각 여성에게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건데, 절라 잼있음ㅋㅋ
Commented by 박곰탱 at 2008/10/31 10:02
^^ 어제 부터 비류연님 글에 푹빠진 곰탱이에요 근데. 서울 오셨네 실존 인물인지 정말 궁금함 ㅋㅋ 어쩜 그런 시트콤을 일부러 만드시나? 블로그를 위해서 일부러 ? ㅋㅋ
참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 게다가 저도 부산이 고향인지라.. 좋은 시간 보내고 가세여.. 잼잇는 사고 많이 쳐주시고.. 기대 만빵... ㅋㅋ
Commented by 주스오빠 at 2008/10/31 16:36
서울구경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서류에서 절단되는 상태라서 안습..
Commented by ratm01 at 2008/10/31 16:53
시끄러 이것아. -_-
뭐 잘했다고 자랑은... -_-
Commented by 각혈염통 at 2008/10/31 19:39
맞아요. 인생은 시트콤이죠. 그래서 다행이에요. 비극이니 액션이니 호러니 어쩌니 하는 소설이나 영화가 아니라 시트콤이라 정말 다행이에요.
Commented by 오리너굴 at 2008/11/03 00:2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캐리어 찾아서 다행..^^

건강히 잘지내시나요오~~
Commented by 레키 at 2008/11/03 23:44
- 어휴 류연님... ㅜ ㅜ
Commented by 별따는수야 at 2008/11/04 20:01
ㅎㅎ 미투에서 자주 뵌 이름 이지만 블로그에 놀러오긴 처음인데...
첫인상... 완벽하게 박혔습니다!!
사무실에서 혼자서 쿡쿡쿡...-_-;

언젠가 한번 꼭 뵙고 싶네요.ㅎㅎㅎㅎ
미친 하러갑니다.ㅋ
Commented by 빨빤 at 2008/11/05 18:57
미치겠다 ㅋㅋㅋㅋ 정말 시트콤 찍어도 되겠어요.
Commented by 꿀맛의하늘™ at 2008/11/11 18:12
약도 없다...ㅋㅋ
Commented by whitehead at 2008/11/16 15:34
저도 머 늘 출장갔다가 올때면 호텔에 하나씩 흘리고 오는데. ㅠㅠ 저번에는 노트북 어댑터. 이번에는 휴대폰 충전기 놔두고 와서 좀전에 호텔로 전화하고..;;;;; 그래도 이정도는 시트콤 아니죠? 아닌거죠? ㅠㅠ
Commented by 박곰탱 at 2008/11/27 13:37
비류연님 바쁘신갑다 요즘 글 안올라오네 쩝..
Commented by Catastrophe at 2008/12/07 01:29
큼큼;; 즐거운 인생을 사시는군요;;;;;(아 이게 아닌가?!;;;) 역시 짐은 꼭 끌어안고 타는게 상책입니다아...;;
근데 대구에서 콱콱 밟아 3시간 40분이라니;; 그렇게 오래 걸리던가요=_=...;
게다가 그정도 거리면 보통 자주 오기 힘든데(.........) 대단하시네요ㅠㅠ乃ㅎㅎ
Commented by 나야 파르 at 2008/12/10 04:37
바봉~ 어디서 사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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