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인생의 절정. 험난한 서울상경기.
지난 주 금요일. 논문준비때문에 서울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마침 블칵에서 하는 '블로거번개'도 있었고 미투데이의 굴비님이 주최한 '낮술번개'도 있어서
겸사겸사 올라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서울에 올라갈때마다 지인들이 항상 묻는 게 있어요.
"이번에는 시트콤 안찍고 잘 올라왔냐?"

이렇게 물어볼 수 밖에 없는게-_ㅜ 이제까지 서울갈때마다 크든작든 뭔가 한가지씩은 저지르고 왔거든요.
서울 가자마자 신발굽이 부러져서 양재역 주위을 30분 넘게 굽하나 없는 짝짝이 신발을 들고 구두가게를 찾아 배회하다가 결국 다이소가서 본드로 붙여신은 적도 있구요;
매번 서울 올라오기 직전에 일이 생겨서 열차출발시각 1~2분전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는 바람에
KTX를 놓쳐서 자유석에서 궁상을 떨기도 했고,
지하철 반대로 타기나 정거장 지나치기는 뭐; 애교죠. 후후(라고 말하고 이지랄. ㅜ_ㅜ)

이번에는 정말 여유있게 서울가리라 다짐에 또 다짐!!을 하고 잠들었는데..
서울올라가서 이것저것 할 생각에 잠못들다가 아침에 늦잠 당첨-_-;
11시에 연구실에 왔더니 빨리 가겠다고 말하기가 애매하더라구요.
점심시간까지 반납하고 연구실 지키다가 1시 반 퇴근에 성공했답니다.
이때까지만해도 7시 저녁약속이니까 여유있게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앞에 3월 관리비가 붙어있더라구요. 근데..무려 9만원(!?!?)
고정적으로 내는 관리비가 2만원이고 나머지는 다 난방비인데-_-;
손바닥만한 방에다가 이번달은 서울이다 부산이다 주말마다 하도 쏘다녀서 보일러 틀 겨를도 없었고
끽해봤자 보일러 4~5일 틀고 온수쓴 기억밖에 없는데 무슨 놈의 난방비가 7만원이나 나온단 말입니까!!!

너무 억울해서 서울 갈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잊은채 주인아저씨한테 당장 전화!!
'보일러 거의 튼 적이 없는데 7만원까지 나오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다. 계량기 고장이 의심스럽다. 점검을 해달라.' 등등 30분을 넘게 통화했는데...
.............................졌습니다.
계량기가 그렇게 나오는 걸 어쩔 수 없다며, 왜  아가씨 계량기만 고장나겠냐면서-_-; (<-전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말이죠. 우리집만 온수끊기고, 우리집만 비오면 차단기 내려가고. 완전 난리부르스라구요. -_-)
이번 한 달간 지켜보자고 하시네요.
그래서 조만간 보일러 같이 살펴보고 계량기 확인하기로 약속하고
4월 한달간 보일러 안쓰고 살아보겠다고 큰소리치고(<-왜 이런 결론인거냐! 바보. ㅜ_ㅜ 덕분에 며칠째 냉방에서 전기장판에 의지해서 살고 있어요. 흑) 전화를 우선 끊었습니다.

우와; 2시가 훨씬 넘었어;;; 어서 머리감고 준비하면 늦지 않을꺼야~ 라랄라~하면서 머리감은 뒤
드라이 하기 전 차표를 예약하는데.

꺄악!! 할인이 안돼! 표가 없어!

4시 40분정도 차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올라가려고 했던 차는 다 매진;
그리고 비지니스카드 할인을 이용하기때문에 주중에는 30%할인을 받는데 당초 계획했던 4~6시사이의 차는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15% 할인으로 변경;
그나마 최선의 선택은 3시 50분차더라구요.
보자. 지금 2시 20분. 머리 드라이는 하나도 안되어있고, 옷도 안다려져있고, 짐도 안싸져있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스피드- 으아악-

정말 미친듯이 준비해서 3시 30분에 집에서 뛰쳐나왔는데 나오다보니 핸드폰을 안가져왔네요. ㅜ_ㅜ
또다시 집에 들어가서 핸드폰 들고 서둘러 나와 택시를 탄 게 3시 39분. -_-;;
다행히 5분만에 역에 도착해서 무진장 뛰어 겨우 열차를 탔더니 3시 48분.
'좀 정신없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무사히 열차도 안놓치고 시트콤도 안찍고 잘 왔구나. ㅜ_ㅜ' 안도하면서
열차안에서 변장도 하고, 짐도 다시 정리하고,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챙기는 거 잊지 않은 과자를 먹으면서
슈슝- 5시 40분에 서울 도착했습니다.

간만(정확히 말해서 2주만;;)에 서울왔더니 괜시리 신나서 발걸음도 가벼웁게 폴짝폴짝 역을 벗어나는데;
정말 미묘하게 절름거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굽을 확인해봤더니 한쪽은 많이 닳아있고 한쪽은 새것같더라구요.
'하악; 나 평소 깽깽이발로 돌아다녔나. 왜 한쪽만 닳지?'하고 고개를 갸웃하고 네다섯걸음 더 딛었을 때 엄습하는 불안한 느낌.
설마 아닐꺼야. 설마 아닐꺼야. 설마 아닐꺼야. 마음속으로 수백번을 되뇌이며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두둥!

.
.
.
짝짝이 구두! %*@(!*$!! 이거 뭥미!!

정말. 이때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원래는 캐리어를 끌고다녀서 매번 여분의 신발을 하나씩 더 챙겨오는데 주말에 비온다는 말때문에 처음으로 그냥왔단 말이죠.
2박 3일이나 서울 곳곳을 돌아다닐텐데 짝짝이 구두. 짝짝이 구두.. 짝짝이 구두... OTUL....
대구에서는 내내 뛰어다닌다고 굽이 미묘하게 차이나는 것도 못느끼고 그냥 올라왔어요. ㅜ_ㅜ
하나는 6cm, 하나는 7cm굽이었는데도 몰랐던 바보.
앞코 길이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고 같은거라곤 색깔밖에 없는데도 몰랐던 바보.
그렇게 저는 서울역 한복판에서 소리없이 울부짖어야 했답니다. 엉엉-

그 와중에도-_-; 저렇게 인증샷 찍고 미투에 올리는 것을 잊지 않는 미투폐인(...)

열렬한 사람들의 반응. 하악하악.
(클릭하시면 커집니다.)

대구갈때까지 그대로 버티는게 진정 간지난다던가, 일부러 그렇게 신었다고 해도 믿겠다는 말들에 혹해서(...어이;)
그대로 버텨볼까도 했지만. ㅜ_ㅜ
너무 민망해서 사람들이 신발을 볼 새가 없을 정도로 종종걸음으로 걷다가 결국 신발 사기로 결정.
급한 마음에 산 신발은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대충 신을수 있는 싼 신발을 사기로 마음 먹었어요.
(롯데마트 들어갔다가-_-; 2만원 좀 넘게주고 산 신발이 4만원에 팔리는 것을 보고 도로 나왔어요.)
이래저래 지인들한테 연락하다가 가까운 회현역에 지하상가가 있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회현으로 휘리릭.

......제보자님하; 회현에 지하상가가 어디있나요? -_-;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매정하게 출구만 있는 썰렁한 회현역에서 또한번 좌절. -_-;
밖에 나갔더니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_-; 남대문 시장이 옆에 있길래 들어갔다가 30분간 헤매고-_-;
정말 구두가게말고는 다 있는 남대문 시장이던데요;;
술사러 올때는 그렇게 반갑기 그지없던 곳이었는데 정말 30분 넘게 헤매고있자니 '나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하며 눈물날 뻔 했어요. 훌쩍.
약속시간도 다 되고, 마음도 급하고, 정신도 없어서 천신만고끝에 겨우 찾은 구두가게에서 검정색 민자 구두 하나 구입.
겨우 약속장소로 이동했더니..
총신대 입구역에 신발파는 곳이 있더라구요. 그것도 아주 싸게-_-; (좌절;)
남대문 시장 바로 옆이 명동이라면서요? (제보자도 저도) 지방인이라 몰랐어요. (또 좌절;)

후. 정말 난 왜이럴까(...)
by 비류연 | 2008/04/02 12:22 | ┃ⓡ시트콤같은내인생 | 트랙백 | 핑백(1) | 덧글(23)
트랙백 주소 : http://jhmui.egloos.com/tb/173547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jhmui님의 글 - [200.. at 2008/04/02 12:47

... et/ 암호 로그인 유지 미투 가입하고 새로운 친구를! &larr; 2008년 4월 1 2 2 Apr 2008 0 metoo '비류연님은 어째 포스팅을 안하는게 사는 길일듯..;;; 매번 술 포스팅 말곤 죄다 안습이니..ㅠ.ㅠ... 토닥 토닥...'- 내 이글루에 자주 오시는 TokaNG님의 댓글. 하악- 블로그 접는게 살길인가! ㅜ_ㅜ 오후 12시 46분 안습포스 ... more

Commented by TokaNG at 2008/04/02 12:26
비류연님은 어째 포스팅을 안하는게 사는 길일듯..;;;
매번 술 포스팅 말곤 죄다 안습이니..ㅠ.ㅠ...
토닥 토닥...
Commented by 재서기 at 2008/04/02 12:26
깽깽이발로 돌아다녔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하로君 at 2008/04/02 12:32
이 맛에 비류연님 포스팅 기다리지요. =)
Commented by 화니 at 2008/04/02 12:43
시트콤 인생이여~ ㅋㅋㅋ
어쩔 수 없는건가? ㅠㅠ
Commented by 카린 at 2008/04/02 12:55
진정 누나는 시트콤 (.. );;; 인거죠
Commented by -A2- at 2008/04/02 13:02
너무 재밌어. ㅋ
Commented by DEMON13 at 2008/04/02 13:08
쟉이..왜 그랬어..ㅠ_ㅠ
Commented by 석양무사세요 at 2008/04/02 13:11
어랏... 총신대? 내가 그쪽 좀 아는데... 안타깝네.
아무튼 최고!
Commented by 강자이너 at 2008/04/02 13:15
짝짝이 신발..비류연님 포스 정도면 패션감각처럼 느껴졌을꺼에요+_+)b
Commented by 학주니 at 2008/04/02 13:34
시트콤 인생 비류연님.. ^^;
나중에 만나게 된다면 그동안 인생이야기좀 해줘요..
잘하면 소설 한권 쓸 수 있겠는데.. ^^;
Commented by 하류잡배 at 2008/04/02 13:34
파닥파닥파닥 낚이듯;;;
Commented by Jishaq at 2008/04/02 14:30
옷. 레이디분이시군요^^

ㅋㅋㅋ 재밌게 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고기 at 2008/04/02 14:59
...... 끅 끅. 수...숨이 넘어갑뉘;;;
우...웃으면 안되는데;;;;
힘드셨겠네요 ㅠㅠ
Commented by 안드로이드 at 2008/04/02 15:59
총신대입구까지 왔었냐? 우리 집 바로 옆인데. 연락 좀 하지.
Commented by BL at 2008/04/02 18:39
욕 안오고 참으셨다면 그야 말로 양반
Commented by 작은인장 at 2008/04/02 21:47
수고하셨어요.
문자에 답변좀 해 주시지... 저도 번개 가고 싶었는데요. ^^;;;
Commented by 무니 at 2008/04/02 22:46
저 짝짝이 구두 사진만 보고 내용을 자세히 안봤었는데.. 저런 사연이!!
역시 괜히 시트콤인생이 아니라는..ㅎㅎㅎ

그나저나 회현 지하상가는 회현역에 있는게 아니라 회현역에서 명동 가는 길에 있다는..;;;
Commented by 팅이 at 2008/04/02 23:30
고마워요.~ 오늘 하루도 웃음을 주셔서.. ^^;
Commented by 원심무형류 at 2008/04/03 00:26
파란만장하신 삶이시군요... 으흠;;
Commented by Naple at 2008/04/03 08:37
당신은 진정한 트렌드세터 -_-)=b
Commented by 飛熊 at 2008/04/03 16:38
누님은 어째 올라가실 때마다 뭔가 일이 하나씩 생겨서 포스팅하시는 듯......그나저나 짝짝이 구두....얼핏 봐선 구분이 안가는데요? 음....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8/04/05 00:32
아, 아무리 그래도 짝짝이 구두라니;ㅁ;
Commented by 동치미 at 2008/04/18 09:17
짝짝이 구두; 쵝오!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