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방문

내게 랩세미나보다 더 피말리는 게 하나 더 있다면
바로 원룸에 부모님이 방문하시는 거!!!

워낙 깔끔하신 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의 눈엔
아무리 쓸고 닦고 광을 내어놔도 늘 지저분한 곳이 보이고,
음식이며, 정리며 뭐하나 빠지는데 없이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으시는 살림백단 어머니 앞에서,
완전살림초보 비류연의 원룸은 잔소리할 게 한가득인 공간입니다.

그래서 늘, 부모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접한 뒤는 늘 '이 놈의 방을 대체 어떻게 처리해야한단 말이냐;;'하고 공황상태에 빠지고
밥을 굶어서라도 쓸고 닦고 방청소에 혼신의 힘을 다하곤 합니다.

근데; 이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헤이해지더라구요..

3월에 부모님이 자취방에 오셨을 때;;;
정말 이때만큼 미친듯이 방을 쓸고닦은 적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진짜 열심히 '폐인생활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청결하고 정리된 완벽한 자취방!'을 만들었습니다.

뭐; 위에 글을 보면 알겠지만;
거의 성공할뻔한 미션.. 까맣게 다 태워버린 후라이팬때문에 결국 덜미가 잡혔습니다. 허허;

그러나 5월.
부모님보다 5분 일찍 들어와서 눈가리고 아웅 시도!
물론 5분으로 어머니의 매서운 눈을 다 피할 순 없어서 잔소리를 좀 듣긴 했지만
잎이 무성한 감자 앞에서도, 은근은근 찌든때들 앞에서도 반쯤 포기한 듯 허허 웃으시더라구요.
"우와. 이집은 감자가 거의 관상식물이구나! 니가 잘 키우는 식물도 있었어!!"

덕분에(?) 이제 긴장이 많이 풀어졌습니다. 흐흐.
오늘도 갑작스런 방문소식에 긴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짜피 오셔서 다 손대시고 청소하시는 거..
슬슬 어느정도만 정리하고~ 부모님 오시는 것만 기다리게되었습니다.
(아, 하나 걸리는 거라면 바로 책장;;. 결국은 초콜렛들은 모조리 냉장실로 직행하고 그 빈칸을 책으로 채워두었습니다. 어허허;;)

학교 있는사이 부모님 도착.
역시나 이곳저곳 다 치우시고, 냉장고에서 묵은 반찬들 죄다 꺼내시고 집에서 갓 들고온 따끈따끈한 새 반찬들로 다 채워주셨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절 맞이한 건 어머니께서 막 차려주신 따끈따끈한  저녁식사!!!

바로 '오.리.불.고.기'


생전 고기 구경도 못해본 애마냥 상추에 고기 가득 얹고 양파에 고추장 듬뿍 찍어 밥 2그릇과 함께 다 먹어치웠습니다. 허허
완전 감동이었어요. ㅜ_ㅜ

후.
얼마만에 제 방에 사람들로 복작거리는건지..
그리고 얼마만에 먹어보는 어머니의 따뜻한 밥인지..
어머니한테 청소때문에 혼나는 것만 생각해서 오신다고 하면 담에 와요! 하고 막 미루고 그랬는데
이제는 혼나도 좋으니 이렇게 부모님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물씬 듭니다.

혼자 사는 딸 걱정에
혹시나 뭐 필요한 거 없나, 밥은 잘 먹고 살고 있는지(포동포동 오른 살을 보고 한시름 놓으시더군요. 살이 이럴땐 도움이 돼! ㅋㅋ)
나름 먼길 올라오셨는데 오셔서 쉬시지도 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딸이 미뤄둔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하시는 부모님께..
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집에 가시는 걸 마중하는 길.
어리광 부린다고 집에 가지 말라고~ 하룻밤 자고 가시라고 하고 싶은거 간신히 참았어요. ㅎㅎ
먼길 오신다고 힘드신데 다음에는 재깍재깍 부산집에도 내려가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오늘 오리불고기로 든든해진 위 만큼이나, 부모님의 사랑에 든든한 하루입니다. ^____________^

"부모님 걱정 안끼치게 열심히 사는 딸 비류연이 될께요. ㅎㅎ.
 
정말 사랑해요. ^^"
 
by 비류연 | 2007/08/21 23:18 | ┃ⓡ시트콤같은내인생 | 트랙백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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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 .. at 2007/08/28 10:02

... 조그만 바람입니다. ㅎㅎ하로君님.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해요! ^_______^/~~ (꾸벅)아, 혹시 기억하시나요- 술들로 가득찼던 제 책장을! 그렇지만 얼마전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오시는 바람에 차마;; 책하나 없는 책장을 보여드리기 민망해서서둘러 책들을 윗책장으로 옮겨놨는데요. 바로 이렇게;;눈가리고 아웅 ;ㅂ;책무더기가 하나 있을 뿐이지;; 별 다를바 ... more

Commented by 징소리 at 2007/08/21 23:41
자취방 습격이라고 하니 생각나는 것이... TV 산거 안들키려고 그 좁은 방에서 어떻게든 숨기려 했던 기억이..( '') 결국 들키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왕십리의 기적'
Commented by 레키 at 2007/08/22 01:03
- =쇼=) ...
평소에 좀 치우고 사세요 <- ㅋㅋㅋ
여튼 간만에 가족애를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군요 ' ' )
Commented by 한날 at 2007/08/22 01:58
오리 고기와 부모님 사랑으로 얼른 몸도 나으세요. :D 걱정 안끼치고 열심히 사는 딸 비류연, 걱정 안끼치고 몸 건강히 사는 딸 비류연이 되셔야죠! ^^
Commented by Sang at 2007/08/22 07:44
오리불고기~!!!!! 이건 습격이 하니고, 하사품을 가지고 방문하신거잖습니까;;;;
Commented by itisme at 2007/08/22 09:19
그 많던 술들은 다른 뭘로 대체하였을까요?
Commented by 하늘처럼™ at 2007/08/22 09:44
ㅎㅎ 우리엄마는 잔소리 안하는데..
그저 다 치워주실 뿐.. -_-;
(사실 그렇게 치울만한건.. 걸레질 정도밖에 없는터라.. 흐~)
Commented by 死요나 at 2007/08/22 10:50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부모님 눈에는 그저 어린 자식일 뿐이죠. ^^
타지생활이 참 외롭고 힘드니 눈에 보이지 않아도 눈에 밟히는건 우리네 부모님들의 마음인가봐요.
이쁜 딸들이 됩시다 ^^ (나부터..;;)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7/08/22 11:15
나중에 한번 크게 걸려서 된통 혼나봐야 정신을....쿨럭
Commented by 투윤ベㅑ랑 at 2007/08/22 17:01
울엄마는 나 자취할떄 그닥 안 치워주시던데..
백화점 쇼핑하시고.. 언니들 만나러 다니고..
Commented by 이상한앨리스 at 2007/08/22 18:36
그렇군요. 저도 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라는데 냉장고 청소랑 창문틀을 열심히 닦아놔야 겠군요.
Commented by 하얀이슬 at 2007/08/22 20:08
ㅎㅎ 작별인사
"다음주에 또보자."

라던가..?

전 엄마보고싶어요.. 엄마~ 엄마~ 엄마~(-◇-)(-◇-)(-◇-)(-◇-)
Commented by Sputnik at 2007/08/23 13:13
아~ 저도 이글을 보니, 엄니가 보고잡네요. 객지생활 하는 중이라, 엄니의 따뜻한 밥이 그리워지는..

큽, ㅠㅠ
Commented by 비류연 at 2007/08/28 18:55
징소리님//아니;; 대체 TV를 어디다 숨겨두셨길래 안들키셨습니까!!! 저희집은 한번 방문하시면 집안 곳곳을 다 청소하시기때문에 몰래 숨겨두는 게 거의 불가능해요 ㅜ_ㅜ

레키님//아놔- 평소에 나름 깨끗하게 하는데...저 술들때문에 조마조마 했을뿐. 으흐흣.

한날님//제가 먹는 거 보고 짠하셨던지.. 이제 올라올 때마다 고기 사들고 오실 듯. 하하핫. 한날님께도 걱정 안끼치고 튼튼한 비류연이 될께요 >ㅇ< 아흥~

Sang님//하핫. 그래서 요새는 방문하신다고 해도 안말리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안오셔도 되요!!! 하면서 극구 사양했었는데. ㅎㅎ

itisme님//그냥; 초콜렛들을 다 치우고 책무더기로 한칸을 채웠습니다. 어짜피 칵테일 취미로 리큐르 모으는 건 아시니까요. ㅎㅎ
별말씀 없으시더라구요. ㅎㅎ

하늘처럼님//초반에는 내가 살림에 서툴러서 이곳저곳 손댈곳이 많았는데, 요새는 어느정도 살림스킬이 늘어서 엄마가 오셔도 별로 손댈곳이 없으시다는. 으흐흐.
Commented by 비류연 at 2007/08/28 18:58
死요나님//네! 우리 좋은 딸들이 되자구요. 하핫.

석양무사님//아니 이사람이!!!! 간만에 덧글달면서 악담이얏!

투윤ベㅑ랑님//아직 집떠난 지 1년도 안되니 많이 챙겨주시죠. 한 2~3년 지나면 아마 안오실듯. 허허

이상한앨리스님//미처 신경못쓴 콘센트라던지; 전자렌지 옆면같은 곳의 얼룩때문에 조금 잔소리 들었어요(...) OTUL...

하얀이슬님//하하핫. 왠지 저 이모티콘. 짠하다. 흐흐. 힘내! 제대가 얼마남지 않았어!!! >ㅇ<

Sputnik님//저도 간만에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으니 2그릇이나 먹게 되더라는...
음....그렇게 생각하니 어머니 너무 자주 오셔도 안되겠는데요? 안그래도 살이 미친듯이 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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