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켓 좀 지켜요! -_-+
옛날 어느 이야기책에 '공주와 콩'이야기가 있었다.
비오는 날 성문을 두드리는 한 처자가 자기가 이웃나라 공주라고 하자 그걸 믿지 못한 왕과 왕비가
침대에 콩한쪽을 넣어두고 그 위에 이불을 어마어마하게 쌓아 자게 했는데
매일 부드러운 침대에서만 잤던 공주는 그 콩한쪽에 등이 배겨서 불편하게 잤고
그걸 본 왕과 왕비가 이 처자가 진짜 공주라고 인정했다는 이야기-_-;

사실 나는 콩 한쪽이 아니라 콩밭에 던져놔도 잘만 자는 타입이며,
학부때 실험실에서 밤샐때면 정말 작은 의자 하나위에서 웅크려 잠을 자는 기행(?)을 일삼아 선배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한번 잠이 들면 얼마나 세상모르고 자는지 옆사람이 코에 손을 대서 얘가 숨은 쉬고있는지 확인할 정도로
미친듯이 자는 사람이다.
But!!!!
이상하게 의자에만 앉아있으면 의자와 일체형이 되어 미모사같이 민감해진다는 거. 저 위의 이야기의 공주가 된다.
아주 조그만 압력과 흔들림도 절대 놓치는 법이 없다. 하악-

어쩜 나는 그렇게 좌석운이 없는지...
극장에 가면 꼭 내 뒤에는 의자를 대상으로 난타를 펼쳐대는 개념없는 아해들만 앉는다.
그리고 열차에 타면 기차여행의 로망! 옆자리에 가슴 두근거리는 미청년이 타는 일은 절대 없고ㅜ_ㅜ
숨쉬는 것조차 불편해 보이는, 내 좌석의 1/3을 침범하는 살을 가진 아저씨나 끝없이 내 어깨위로 헤드뱅잉하는 아가씨(차라리 기대라구!)
들썩들썩 조금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 정서불안 아이들만 앉는다.

어제 대구에서 내려오는 길..
하루만에 부산-대구 왔다갔다 하는 것도,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라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도 모두 피곤했다.
자기에는 KTX보다 무궁화호가 더 편하다고 해서 무궁화호에 몸을 싣고 1시간 반동안 잘준비를 다 갖춰놓고 눈을 감았는데...
열차 출발 1분전 들려오는 불길한 발소리.

"우당탕탕!"
"엄마. 우리 자리 어디예요? 여기가? 여기가?"

하나님 아부지. 저 진짜 피곤해요. 제발 저 아이가 제 뒤만 아니게 해주세요.

........................내 바로 뒤에 앉는다.OTL. 머피 이자식. 가만두지 않겠어! 크르릉.

40분동안 자다가 친절한(?) 이글루지인의 안부전화때문에 깨고, 10분더 자다가 또 한명의 친절한 이글루지인의 전화에 깼다.
이번엔 정말 자리라! 하고 눈을 감는데...지진계보다 더 민감한 나의 등에 드디어 신호가 오더라. 쿠궁.
1시간 가까이 기차를 탄 아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나보다.
의자 밑 발걸이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한번. 툭.
두번. 툭.
내 이마의 힘줄. 불끈.
세번. 툭.
뭐라할까 말까. 움찔움찔.
네번. 툭.
인내의 끈. 툭.

뒤의 어머니를 찌릿-_-+하고 노려봤다. 화들짝 놀라는 어머니.
...............................화들짝 놀라기만 하셨다. 애는 여전히 의자를 발로 밀고 발걸이를 당겼다 밀었다 난리다.
"저기요. 의자 좀 가만놔두면 안될까요. 아이한테 주의 좀 주세요."
말하자 겨우 애들 진정시키더라. 딱 2분간말이다. -_-+

나머지 시간은 내가 거의 실성할 것 같더라. 잠 좀 올려고하면 두두두두. 울컥하는 마음 겨우 진정시키고 눈 좀 감을라치면 들썩들썩.
몇번을 주의를 주고 신경질내고 버럭버럭해도 씨도 안먹힌다.

거의 40분을 시달리다가 내가 내리는 역 바로 전 역에서 드디어 내리고,
마지막 10분이라도 단잠을 자고싶어 ㅜ_ㅜ 하면서 눈을 감는데...
이번에는 옆사람이 내리기 전 꽃단장을 한다고 일어났다 앉았다 옷을 입었다 벗었다 난리부르스.
누가 무궁화호가 자기 좋다고 그랬나. 기차 자체의 흔들림도 그렇지만 옆좌석이랑 연결되어있으니 옆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다 느껴지더라.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시몬스침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옆좌석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KTX가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걸이를 툭툭차면 당연히 앞사람이 싫어하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걸까?
과하게 들썩들썩 움직이면 옆사람에게 폐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걸까?
단지 극장에서 앞자석을 발로 차지 않기를 바라는 내가 너무 과한것을 바라는 것일까?
식당이든 기차안이든 시끄럽게 떠들며 돌아다니는 아이를 좀 더 잘 돌봐주기를 바라는 것이 큰 걸 바라는 것인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에티켓.
이젠 직접 말을 해도 안먹히는 에티켓 부재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것일까.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라 믿고싶다. 에티켓 좀 잘 지키자. 제발.

p.s- 오늘도 7시 45분까지 출근해서 수시면접 진행중이다.
으하하하- 밖에서 결시자 OMR카드까지 작성해주는 바람에 안에서 포스팅질.-_- 팔자가 폈구나. 에헤라디여~
by 비류연 | 2006/12/09 10:38 | ┃ⓡ시트콤같은내인생 | 트랙백(1) | 덧글(23)
트랙백 주소 : http://jhmui.egloos.com/tb/146721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기쁘다 서버 오셨네 ♬ at 2006/12/26 18:15

제목 : 저는 사실...
에티켓 좀 지켜요! -_-+ 비류연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허락 없이 '일단 들고오고 보자. 말 없이 빌려오면 내 것'이라는 투철한 대한민국의 정신으로 퍼왔습니다 orz "에티켓~ 에티켓~!"을 금붕어 먹이주듯(...) 드문드문 생각날 때만 주절거리는 저입니다만, 사실 "니가 그렇게 에티켓을 잘 지키는 인간이냐"라고 물으시면 사실 저는 톰과 제리의 제리가 됩니다 (-_-) 길거리에서 담배 피고, 담배 꽁초는 대충 배수구 보이면 ......more

Commented by Mizar at 2006/12/09 10:41
에티켓의 부재는 가정교육의 잘못에서 기인되는 것인 것 같습니다.
자기 눈에 괜찮으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전혀 신경들을 안쓰니..
사실 에티켓을 무시하는 일이 생기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모두가 나서서 갈궈야 그나마 무안함을 느낄려나..(하긴 도를 넘는 경우가 많죠.)
Commented by ◆박군 at 2006/12/09 10:50
음... 한밤중, 어둠속에 걸려오는 전화....
저도 그런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웬 멩겔레같은 의대생 하나가 시험 전날에 전화를 줘 해가지고 그날 상태 참 메롱 이었지요.... 껄껄껄
Commented by Naple at 2006/12/09 10:54
슬립 머신 응?
Commented by 비류연 at 2006/12/09 10:57
Mizar님//말해서 미안해하며 주의를 주는 부모를 만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어디서 내 금쪽같은 내자식한테 큰소리냐! 이 XXX아!라고 달려드는 아줌마가 너무 많아서 남의 일 같지 않아도 다들 침묵을 지키곤 하죠(...)
진짜, 나중에 내 새끼는 엄하게, 바르게 잘 키울랍니다.

◆박군님//사실, 저 지인 두명중 한명이 멩겔레였습니다?

Naple님//어쩌라고!!!
Commented by 김사츄 at 2006/12/09 11:28
멩겔레...ㅠㅠ
Commented by 아르메니아 at 2006/12/09 13:10
전에 부산 자갈치에 영화보러갔는데 매너 장난 아니더라고요. 영화 보는 내내 잡담은 물론이고 전화도 아무렇지도 않게 통화하고... 서울에서 그랬다면 당장 주의받고 눈초리 장난 아닌데 말이에요. 그 극장만 그랬을 진 모르겠지만요-_-;;;
얼마전에 이오공감에 오른 글이 생각납니다(....)
Commented by 하로君 at 2006/12/09 13:17
예전에 KTX에 탔는데 저 쪽에 대낮부터 술 취해서 자는 아저씨 핸드폰이
무려 알람이 미친듯이 울려대는데 일어날 생각은 안하고 사람들의 짜증이 점점
가속화되고.. 결국은 깨우는데도 신경도 안쓰고 차라리 꺼버리자 싶어서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서 껐더니 시끄럽게 난리를 부리길래 조용히 승무원 콜.
"저도 같은 돈 내고 탓습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라던가 그런 아줌마한테는 절대 안집니다.
"그 새끼가 금쪽이면 난 금송아지구만." 빈정빈정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6/12/09 13:44
그럼 앞으로 의자공주라고 불러드리면 되겠군요.
Commented by TokaNG at 2006/12/09 13:46
전 무궁화에 몸을 실으면 서울에서 구포까지는 스트레이트로 푹~ 자버리는데요..^^
많이 불편하셨겠어요..;; 저처럼 둔하기도도 하시면 다행이지만.. 전 옆자리에서 싸움이 나도 잘 잡니다..ㅡ,.ㅡ;;
Commented by 지족마님 at 2006/12/09 16:09
흠..
금쪽같은 내새끼라서가 아니라..
두시간후면 보지 않을사람이라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서 일껍니다.
안그럼 엄마가 고달프거든요.
아즘마라서 압니다. ㅋㅋㅋ
벗뜨..
지족쓰는 안그런다는 사실..
그래서 전 ktx특실탑니다.
주위가 조용하면 애들도 못떠들거든요. ㅋㅋ
Commented by TokaNG at 2006/12/09 20:56
6만힛 축전 그려봤습니다..=ㅂ= 업어가세요~~
Commented by 날소 at 2006/12/09 23:55
으..완전동감...
뒷자리에서 의자 톡톡 치면 사람 신경 곤두서지... 괴로웠겟어~~
Commented by 도혀니다 at 2006/12/10 00:35
흥. 잠만 잘도 자더만;;-_-??

내 전화는 전화도 아니더냐-.- 왜 빼놓은겨?
Commented by 현이 at 2006/12/10 01:28
에효. 요즘 좀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죠. 쩝. ;;
Commented by 툭툭 at 2006/12/10 02:08
극장에서 뒷좌석의 사람이 발로 툭툭차면 그것 역시 매우 짜증나죠.. 문제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그런짓을 하는 사람도 많아서 곤란한 경우도 많죠.. 그런데 글속에 제 닉넴이 자주 보이는 군요..;
Commented by amish at 2006/12/10 06:33
애들이 떠들면. 졸라 패면 됩니다. 엄마가 패야 하지요. 그리고 애들 떠드는데 못 패는 엄마는 애 낳을 자격 없는겁니다.-_- .(한국에 애 낳고 키울 자격 있는 사람이 갑자기 1%로 줄어 든 느낌입니다만... 전 어릴때 그렇게 떠들면 졸라 맞았습니다.그냥-_- )
Commented by amish at 2006/12/10 06:33
아. 그리고 지 애들 때린다고 뭐라고 하는 엄마도-_- 맞아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하여간 울 나라 법이 넘 -_- 개판이지요.
Commented by bludevil at 2006/12/11 03:20
나름 이런저런 공연을 많이 다니면 가장 짜증이 치밀때가 바로 관중의 수준이 낮은경우죠
영화관에서도 물론 배우의 집중도와 관객의 반응이 정말 중요한 소극장 연극이나 뮤지컬에서도
아이를 데려와서 제대로 보게하지 못한다거나 전화가 온다거나(심지어 받기까지) -_ㅠ 미쳐버릴거같아요 그런거

차라리 친구녀석 새벽에 전화해서는 받았네 잘거같았는데..라고하는게 나아요;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6/12/11 10:09
어차피 자는게(또는 영화감상이) 목적이라면 그럴땐 미친년 소리를 듣더라도 시원하게 욕한번 해주면 됩니다.
저는 아직까지 그런 심한 꼴을 안 당해봐서 실행해보진 않았지만 꽤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다음에는 꼭! 화이팅!

욕 예문
1. 이런 개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 콱!
2. 이런 씨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 죽어볼텨?
3. XXXXXXXXXXXXXXXXXXXXX XXXXXXXXXxxx XXXXXXXXXXXXXXXXXXXXXXXXXXX
Commented by topsmile at 2006/12/11 11:38
저도 갠적으로 KTX는 피하려고 합니다. 워낙에 좁아서... 너무 좁아서 힘들정도... 휴우~

근대 뒷자리에서 발장난 하시는 분이 은근히 많은가 보군요.. 전 한번도 당해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한번 당한 사람은 항상 맨뒤에 앉아서 영화를 보더라구요... 어허..
Commented by 비류연 at 2006/12/11 17:57
김사츄님//-_- 저보곤 괴벨스라고 하더군요.(누구맘대로;)

아르메니아님//네. 저번에 영화관 갔을때 어떤 아저씨는 영화도중 당당하게 전화를 큰소리로 받으시더군요. 팝콘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습니다. 개념상실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흑.

하로君님//저도 무진장 까칠한 편이라 제대로 한바탕 하려고 했는데..너무 잠이 왔어요..버럭거리기도 귀찮을만큼 잠이 왔어요. 흑.

달바람님//공주라...귀한몸이 되었군요. 후후.

지족마님//자신이 힘들다고 다른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걸 방관하는 부모는 분명 잘못된거죠. 제가 아직 아이를 안키워봐서 모르겠지만, 제가 자랄땐 제가 만약 저런 짓을 저질렀으면 남이 저한테 화내기전에 엄마손에 반쯤 죽어있었을듯;;;

TokaNG님//꺄악- 축전같은거 처음받아봐요 >ㅇ< 내일 6만힛 포스팅때 잘 쓰겠습니다.^^

날소님//난 의자공주거든(...)
Commented by 비류연 at 2006/12/11 18:02
도혀니다님//-_-; 이글루 지인 두명이 전화했다고 했잖아. 한명은 멩겔레, 한명은 네놈이다. 흥흥.

현이님//네. 왜이렇게 남한테 피해주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까요;

툭툭님//한두번은 실수라고 생각하고 왠만큼은 넘기는데 세번부터는 이마의 힘줄이 툭툭 솟아 오릅니다.-_-; 어익후. 덧글에도 툭툭님 닉네임을 써버렸군요.

amish님//저도 클때 잘못하면 엄청 혼나면서 컸는데...요즘 애들을 보면 왠지 억울하달까요? ㅎㅎ(틀려!)

bludevil님//앗. 제가 잘쓰는 "받았네? 잘줄 알았는데..."(...) 죄송합니다. 흑흑.

석양무사님//흑. 미친년이 되어야하는 건가요. ㅜ_ㅜ

topsmile님//같이 영화보러 가는 사람도 인정합니다. 전 유난히 뒷자석운이 안좋아요. 가뜩이나 예민한데 꼭 제자리만 사람들이 발로차곤해요. 흑

Commented by AirCon at 2006/12/26 17:40
가슴 아픈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XP

트랙백 가져가도 될런지... 라고 일단 양해는 구해봅니다만, 사실은 이미 트랙백 걸고 글 쓰는 중입니다 :)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용서를 orz

P.S. 이오공감 타고 흘러들어왔다가 글 남기고 갑니다. 즐거운 신년맞이 되시길 :)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