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을 갖춰입고...

전 얼굴이 노오란 편이라서...어두운 옷을 입으면 얼굴도 덩달아 어두워보입니다.
게다가 눈밑에 다크서클까지 허락없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검은 옷을 입으면 저승사자같단 소리를 들을 정도...
그래서 되도록이면 검은 옷 입는 걸 피하고 있어요.
남들 다 하나씩 있다는 검은 정장 바지도 없고, 정장 치마도 한겨울용 치마 말고는 없어요.
꼭 검은 옷을 갖춰입어야 하는 자리에 참석할 일도 없어서 그닥 옷의 필요성을 못느끼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검은 옷이 필요해 지는 자리에 참석할 일이 하나 둘씩 생기는군요.

오래전 IVF라는 선교단체에 있을 때, 커다란 눈에 작고 앳된 얼굴. 너무도 이쁜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정말 착하고 예뻐서 누구나 좋아하던 그런 아이..
제가 IVF에서 나오고 난 뒤에도 함께 했던 동기들이 여전히 우린 친구!라며 모임을 가져서
그 뒤로도 몇번 얼굴도 보고 함께 이야기하고 잘 지냈는데,
어느새 졸업하고 서로의 일에 쫓겨서 안부도 못묻고 그렇게 살아왔네요..

오랜만에 들은 친구 소식.
어머니가 어제 갑자기 돌아가셨답니다. 심장마비...라고 하네요.
좋은 일이 아닌 나쁜 일로 친구를 오랜만에 보게되어서 너무 가슴아픕니다.
그리곤 이래저래 어색한 조합이지만 나름 어두운 색 옷으로 갖춰입고 출근했어요.

사람들이 묻네요.
오늘은 조금 달라보인다. 갑자기 왠 정장이냐. 선보러 가는거냐. 드디어 학교에 사람답게 출근하는구나..
그런 말들에 웃으며 맞장구 칠 수 없는 현실이 괜시리 서글퍼졌습니다.

학교에 앉아서 일하며 어색한 검은 옷을 계속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렇게 안좋은 일이 생길때마다 입게 되는 검은 옷이 괜히 싫어집니다...
날씬해보인다는 검은 옷.
살쪄보여도 좋으니 앞으로는 이런 일로 검은 옷을 입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혀 없을 순 없겠지만....그래도 그런 날들이 조금이라도 늦게 오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게 얼마나 가슴아프고 힘든일인지 저 역시 겪어보아서 잘 알지만,
오늘 가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바보같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네요.

다시금 제 주위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 둘 떠올려봅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그대들에게 받은 사랑 내가 다 갚을 수 있도록 내 곁에 오래오래 남아주세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대들 얼굴에 새겨지는 그 주름마저도 사랑할테니 꼭 오래오래 함께 있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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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y 비류연 | 2006/10/25 14:23 | ┃ⓩ어쩐지우울한하루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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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ane at 2006/10/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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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르메니아 at 2006/10/25 15:06
삼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하로君 at 2006/10/25 15:34
부디 남은 분들이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Commented by 레이아웃 at 2006/10/25 19:53
참... 마음 불편하시겠네요....
Commented by 포르티 at 2006/10/26 00:36
음. 천국에서 뵙겠네요. 남은 분들의 행복과 평안을 빌어요
Commented by topsmile at 2006/10/26 11:54
전 그럴때마다 며칠간은 효도하게 된다는..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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