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 그리고 '위로'
간혹 내 의사와 상관없는 일이 벌어질 때가 있다.
그리고 난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최대한 현명하게 행동하려고, 모든 일이 잘 흘러가도록 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런 일에 휘말렸을 때 나의 처신과 일을 풀어나가는 과정과는 상관없이
분명 스트레스를 받고 상처를 받는다.

정말 간혹 내가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할 지 도저히 모르겠는 경우는 직접 묻곤 한다. "이 경우 내가 어떻게 해야 맞는걸까?"

근데 나란 아이.
개똥은 약에라도 쓴다지만 아무짝에 쓸데도 없는 알량한 자존심만 강해서
어느정도 해결책과 내 행동의 방향이 결정지어 질때까지 사람들한테 이야기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는 스타일.

사람들한테 이야기할 때 쯤은
머릿속이 과부하가 걸릴때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지어진 후이며,
사람들에게 어떠한 조언을 구하기보다는 내가 그 과정에서 겪었을 스트레스와 상처를 풀어놓고 위로받고 싶어한다.
그렇다. 내가 바라는 건 '조언''훈계'가 아닌 '위로'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는 사람마다
'날 위해서' '내가 너무 걱정되기 때문에'라며 '조언''훈계'를 아끼지 않는다.
급기야 어떨때는 이미 그렇게 행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넌 이렇게 해야했어!' '왜 이렇게 하지 않았던거냐!'하는 말까지 듣곤 한다. (물론 그 말의 base는 어디까지나 걱정되는 마음인거 나도 안다.)
그럼 또 성격 ㅈㄹ맞은 나는 그때부터 삐뚤어질데로 삐뚤어져 그들의 진심어린 조언과 걱정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곤 투닥투닥.
애초부터 그들과 나는 '조언''위로'에 대한 해석자체가 다른거다.
그들은 내가 어떻게 해야할 지 조언해줌으로써 이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고 있는 날 위로해준다고 생각하지만,
"그래...힘들지?(토닥토닥)" 이런걸 위로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아무리 내가 "난 '조언'이 아닌 '위로'가 필요한거라고!!"라고 이야기해봤자 그쪽에서는 아까부터 계속 하고 있던게 '위로'라고 생각하면서 아까부터 해주고 있는건 뭐라는거야-라고 마음 상해하고, 난 몇십분을 통화하면서도 '위로' 한 번 받지 못했다라며 마음 상해한다.
결국은 상할대로 상한 감정을 가지고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을테야'하고 입을 다물어버리지.

물론 모든 일에 저렇게 까칠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어제같은 경우는,
하필이면 고등학교 때부터 겪어온 '특정한 패턴'의 일이 일어났었고 그래서 다른 때보다 감정이 되게 격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안좋은 방법(예를 들면 '분노'와 '관계차단' 같은..)으로 일을 풀어버리고..

하루가 지나고,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날 비난하거나 내 마음을 상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날 걱정하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큰 사람들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여전히 상처는 남는다.
모든 일의 원인은 나-라는 뉘앙스의 그들의 '조언'이 쉽게 머릿속에서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갈급하게 '위로'받길 바라는 내 자신이 아주 초라해지는 하루다.
 
by 비류연 | 2006/08/25 12:47 | ┃ⓩ어쩐지우울한하루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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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6/08/25 13: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6/08/25 13:25
그럼 ^____^ 이렇게만.
조만간 좋은 일 있을껍니다. 그렇지 않겠어여? 헤헤~
근데 '갈급'은 뭔말이래여? (. .)?
Commented by 昊彬 at 2006/08/25 13:50
흠..이제는 벗어날때도 되었건만....좀더 평화로운 세상이 오길....ㅡㅡ/ 힘!!!!
Commented by Lane at 2006/08/25 14:26
결국.
의사소통의 문제인거군요.
가장 기본적인 거지만 그거 만큼 어려운 것도 없죠.

그나저나, 더운 여름에 축쳐져 있다가 마당쇠가 어렵사리 빗자루를 들었는데, 갑자기 안방에서 마님이 뛰쳐 나오더니,
"네 이놈, 마당쇠야! 어서 마당쓸지 않고 뭐하느냐!!"
하고 호통치면 마당 쓸기 싫어지죠....
건 당연한 일. ㅋ
Commented by 날소 at 2006/08/25 22:50
예전에 누가 똑같은 말을 했었어요...
"내가 정말 힘들때 나에게 필요한건 아무것도 묻지않고 '자~ 다 잘될껄야..잘될꺼야' 하며 토닥거려주는 사람이에요.."
그분은 항상 강해보였는데 의외였죠..
Commented by 아르메니아 at 2006/08/26 08:56
토닥토닥. 힘내세요ㅠㅠ
Commented by 꿀맛의하늘™ at 2006/08/26 17:09
흠....우리 30대 패밀리가 투입되어야 할 시점인가????
Commented by 왕멀 at 2006/08/26 20:14
"넌 왜 위로를 해 달라고 할 때 조언만 해줘?"라는 말을 했을 때 저도 그동안 정말 크게 잘못했다는 것을 느꼈었죠. 그냥 잘 이겨낼 수 있고 다 잘될거라는 한마디가 가장 필요했던 것일뿐이었죠.
잘 될꺼예요. 힘내시실!!!
Commented by 고공강하 at 2006/08/27 12:01
다 잘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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