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네이트온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도'에 대한 말이 나왔습니다.
얼마전 친구가 길을 가는데 왠 남자가 "저, 시간 있으시면 저랑 이야기라도..."하면서 다가오더랍니다.
'별 이상한 사람이야. 날 언제봤다고.. 그냥 가야겠다!'라고 마음먹고 그냥 외면....................하는게 보통이었으나,
그러기엔 아까운
잘생긴 청년이었다는게 문제였지요...-_-
(내 친구답다!!)처음엔 평범하게 "어디가시는 길이였어요? 아~ 거기요! 저도 거기 가봤는데 거긴 어쩌고저쩌고..."식에 별 씨잘데기 없는 잡담이었데요..
슬슬 이놈의 공주병 친구 '혹시 이사람 나에게 관심있나?'하고 혼자 두근거렸을께 뻔합니다
.
(물론 본인은 강력 부인합니다만..그러기엔 그 도인의 잘생긴 외모에 대한 칭찬이 너무 길었다고!)그런데 슬슬 낌새가 이상하더랍니다.
"얼굴이 어두워 보여요...요새 많이 힘드신 일이 있나봐요? 제가 이런쪽을 좀 볼 줄 아는데...@$@$@$!"
-_-;;; 네.평소같으면 그냥 "전 그런거 안믿어요. 됐어요! 흥!"하고 돌아나왔을 일이지만...
그놈의
잘생긴 외모가 뭔지. 쉽게 발이 안떨어지더랍니다...
(어이.어이..-_-;;)점점 본색을 드러냅니다..
"조상의 기운이 약해져서...@!##!...수도를 하면 다시 새삶이 열리고...#$@$!..."
참다참다 친구.
아깝지만 (뭐가!! ) "너나 잘하세요~" 한마디하곤 쌩~하니 도망쳤다는군요...-_-;;
괜히 이상한 걸로 시간뺏기고, 조상의 운이 다했니 어쨌니 이런얘기에 괜히 기분만 상하고...
멀쩡하게 생긴 놈이 그런 짓이나 하고 다닌다며 씩씩..얼굴이 아깝다..씩씩..
(-_-;; 제일 화난 부분은 바로 이부분일듯. ㅋㅋ 모처럼-어쩌면 처음.씨익-만에 받은 헌팅(?)-그것도 잘생긴 남자!-이었는데 이런 우울한 결말이..ㅎㅎ)어쨌든, 그 말을 듣다가 문득 생각나는 일화가 있어서 포스팅 합니다.(즉, 위에는 글의 도입부.-_-;;; 큭)
길어서 가립니다.(언제쯤 짧은 글을 쓸 수 있으려나아...)
제가 다닌 중학교가 아주 독특했다고 며칠전 포스팅할 때 잠깐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선생님이 제가 1학년때 국어선생님이셨지요. 1반부터 4반까지만 담당하셨는데(전 1반. -_-; 당시 학교에 요주의 선생님이 몇분 계셨는데 전 한번도 못피하고 3년 내내 달달 볶였습니다.) 이 선생님. 수업방식이 아주 독특하십니다.
먼저 쉬는시간 몇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당번은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다가 교탁옆에 놔둡니다. 또 다른 당번은 선생님용 물컵에 물을 담아 교탁에 올려놓지요.
그리고 이윽고 종이 치면...저흰 모두 두손을 합장하듯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이것이 바로 바른 수도의 자세!!)했습니다.
"딱.....딱.....딱....."
저 멀리서 둔탁한 타격음이 들립니다...
네. -_-; 아주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 선생님이셨는데 산신령이 가지고 다닐법한 지팡이(길고 끝이 돌돌 말려있는...)를 가지곤 벽을 치시며 오십니다. '이놈들. 내가 간다. 각잡고 기다려라...'뭐 이런 맥락입니다.
이윽고 도착하신 선생님. 문을 세번 지팡이로 치십니다. "탕!탕!탕!"
그럼 4분단 젤 끝 맨 앞에 앉은 친구가 일어나서 조심히 문을 열어드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문을 닫습니다..
이때 저희는...=_=
지팡이 소리 들릴때부터 시작했던 두손 합장에 고개 숙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지요.
선생님이랑 눈이 마주치던가 하면...-_-;;; 지팡이는 무늬가 아닙니다..손오공 여의봉보다 더 신기하게 저희들 머리에 따다닥 떨어집니다. -_-;;
그럼 수업을 하느냐...그 때부터 선생님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교도소에서 죄수들을 감화시키는 일을 하시나봐요. 그 일화를 이야기해주시고 때론 사진을 돌리시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우리들은 죄짓지 말고 착하게 살아라...이런 선한 의도라는걸 알겠습니다..............만, 그때 당시는 머리를 박박 깍은 빨갛고 흰 명찰을 단 아저씨들 사진이 어린 저희들에게 무슨 감흥이 있겠습니까...OTL
자...수업시간은 50분입니다... 선생님의 "수도를 해야지~"이말씀에 수업시작부터 내내 두손 합장에 고개를 숙인 포즈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감화설교를 쭈욱 듣습니다. 저희가 어떻겠습니까?
네...슬슬 졸리기 시작합니다. 점심시간 직후 수업은 정말 수면의 늪에 빠진것만 같더라구요.
그.러.나. 잘 수도 없습니다. 물론 지팡이가 무서워서이기도 하지만...더 큰 문제는 바로....세숫대야!!!(쿠궁!)
간크게 졸다가 걸린 학생 1이 있다고 가정하면, 선생님께 가벼운 꾸지람과 함께 교탁옆 세숫대야에서 세수를 시키십니다. 뭐. 이까진 좋습니다. 개운하거든요.ㅎㅎ
두번째 또 졸다가 걸린 학생 2가 있습니다. 앞에 학생이 씻어서 좀 찜찜하긴 하지만 개의치 않고 그냥 세수합니다.
또 졸아서 학생 3이 걸렸습니다...수업시간에 세숫대야 물을 갈까요? 물론 아니지요..-_-; 그쯤대면 물은 앞의 학생들의 영향으로 이물질도 좀 떠있고 멋부린다고 바른 파우더도 들어가있을테고...하여간 여간 찜찜한게 아닙니다..반쯤 울면서 세수하지요.
학생 4.....되고 싶겠습니까?? 이쯤되면 애들. 안자려고 눈을 부릅뜨고 노력합니다.
(전 5번째 씻어본 적도 있었습니다...-_-; OTL)
어떻게든 이 수업을 벗어나보고자하여 애들이 꾀병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머리가 아파요~ 양호실 좀~" "선생님 배가 아파요~ 양호실 좀~" ....
우리의 선생님.
허허~ 사람 좋은 웃음을 하시곤 품에서 환단(?) 같은 걸 꺼내셔서 교탁앞에서 미리 떠놓은 물컵의 물과 함께 먹이십니다..(크기도 컸어요. 커..-_-;;)
문제는.
머리아픈 아이도 그 약을 먹고, 배아픈 아이도 그 약을 먹고, 허리 삐끗한 아이도 그 약을 먹고, 칼에 손이 베인 아이도 그 약을 먹고.....-_-;; 대략 이런 패턴이었던 게지요.
"이 약 한번 먹어봐! 이 약으로 말할것 같으면 늙은이가 먹으면 하얗게 센 머리가 까매지고, 젊은이가 먹으면 힘이 장사가 되고,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어디든 못고치는 병이 없어!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이런 멘트가 마구 떠오르는 풍경이었습니다. -_-;;
공부는 언제하냐면...수업은 안하십니다. -_-;(1년동안 국어책 펴본건 시험때 뿐이었습니다.)
'Report'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자율학습을 숙제로 내주십니다. 참고서를 보고 공책에 단원을 정리하고 답달아오고 이렇게 해서 부모님 싸인, 선생님 싸인 칸을 만든 뒤 선생님께 검사를 맡습니다. 부모님 싸인이 없으면....도로 빠꾸..-_-;
그땐 몰랐지만, 사실 그렇게 공부한 게 상당한 양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1년후 공부 잘하는 제 짝지는 공책을 4권이나 엮어서 다녀야 했습니다. 스스로 공부하게 하는 법. 반강제이긴 했지만 괜찮더라구요.
물론, 이건 공부 잘하는 아이 얘기고. -_-; 전 짝지 잘둔 덕에 검사받은 짝지 공책 빌려서 싸인 받은 페이지만 찢고 그 페이지만 다시 필기해서 검사받는. -_-; 잔머리로 1년을 버텼습니다......(자랑이닷! 크흑!)
대다수 저같은 애들이 차고 넘쳤기 때문에 시험기간 되면 뒷반 애들한테 책 구걸, 공책 구걸하러 다닌다고 정신없는 풍경이 연출되곤 했습니다.(전 제외.....제 짝지는 참 좋은 짝지였어요~ 크흐흣)
물론, 어린 나이에 이해할 수 없는 수업방식들.
-_- 늘 수도하라고 강조하시고, 수업은 한번도 안하시고, 교도소 이야기나 사진으로 시간 보내고, 맨날 똑같은 약 먹게하고, 씻고 씻고 또씻은 그 물에 세수를 시키시긴 하셨지만...
나이가 들어 돌이켜보니,
항상 마음을 깨끗이 하라고 수도를 시키셨으며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주셨고,
음지의 사람들을 통해 한 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삶을 야기할 수 있다고 늘 착하고 바르게 살라고 가르치셨으며
아직도 성분이 의문이지만 학생들을 아끼는 마음에 비싸보이는 환단을 아낌없이 제공하시고
개운하게 졸음을 쫓으라고 세숫대야까지 준비하시는 배려라고도 생각할 수 있더라구요.
가끔 선생님께 칭찬받는 일이 있으면 손수 쓰신 글씨들을 선물로 주시기도 하시고 손녀딸같은 학생들의 청에 못이겨 외출증을 남발 잘 써주시기도 하시는(결국 학생부에서 선생님의 외출증은 인정안해준다고 엄포를 놓게되었죠.) 표현이 독특하지만 자상한 선생님.
제가 2학년때...지병으로 돌아가셔서 이제는 뵐 수 없는 분이라는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 때 제가 조금 더 컸었다면.선생님만의 학생들에 대한 사랑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말예요..
길에는 "도를 아십니까" "수도를 하면 새삶이 열린다"는 사람이 넘쳐납니다.
어떤이들은 제사비 명목으로 각종 돈을 뜯어내고 협박하고 억지포교로 순진한 사람들 마음을 멍들게 하기도 하지요.
그들이 정말 '도'를 아는걸까요?
그들 말대로 조상신에게 절하고 돈을 내서 제사를 드리고 그럼 조상덕을 보며 살 수 있을까요?
그들 말처럼 '수도'를 하면 새 삶을 얻을 수 있는걸까요?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고 더 착하게 살고자 노력하라고 시키셨던 '수도'...
'수도'를 빙자해서 사람을 현혹시켜 돈을 뺏고 억지로 포교시키고...그런 검은 마음의 '수도'가 거리에 판을 치는 이 때에..
더욱 더 선생님의 '수도'가 그리워지곤 합니다....